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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인으로서/일상_생각,정리,감사

[407] 인생 독고다이다? 그러다 죽어!

by Fidel / 밤바람 2026.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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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목소리가 잘 안나와

 

일요일 저녁, 몸이 심상찮다.

점심때 즈음부터 목이 칼칼하고 마른기침이 나기 시작하더니, 저녁되니 상태가 안좋다.

월, 화 강의가 이틀 8시간씩 Full인데. 이쯤 되니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

하다하다 이런 생각이 든다.

'이상하다? 접점이 될만한 누가 없었는데?'

'단 몇시간만에 이렇게 급격히 상태가 악화될수가 있나?'

상태가 더욱 좋지 않아진다.

그렇다고 오늘까지 내기로 한 교안을 안낼 순 없다. 3년짜리 사업이기도 하고,

업체 담당자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면 이 사업에서 강사로 통째로 빠질수도 있는 상황이다.

사실, 목요일까지 내달라는걸 일요일 까지 미뤄둔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생각해 보니, 요즘 계속 바빴다.

A 회사에서는 마케팅 강의와 코칭을 해 달라고 했는데 10일짜리 교육이라, 교안을 만드는데 쉽지 않았고

B 회사에서는 K뉴딜의 18일짜리 (지금 만들고 있는 그거다) 교육에 대한 교안 개발을 요청했다.

그 와중에 유통회사인 C회사에서는 업무자동화 컨설팅이 들어왔고,

D회사와 함께 11월부터 시작할 20일짜리 교육 제안서를 써야 하는 상황.

아참 한성협 (한국성격심리전문가협회)에서 교육팀장을 맡으면서 6회기짜리 AI 온라인 워크샵도 해야 하는구나.

서울시장애인재활협회에서 요청한 1.5시간짜리 특강 자료도 만들고 리허설, 그리고 강의도 해야 했었다. 참.

거기에다가 화요일 저녁은 글쓰기수업, 수요일은 주식스터디, 격주 월요일은 독서모임,

지난 목요일은 주식스터디 오프 모임까지.

써놓고 보니 요즘 뭐 이렇게 바쁘게 살았지?

 

 

프리랜서에겐 체력이 중요하지.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프리랜서에겐 체력이 참 중요하다.

회사원 처럼 루틴대로 살 수 없기에, 시간이 나는대로 체력을 길러야 한다

그래서 나도 피트니스 센터를 끊어두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건데,

체력이 올라오기 전, 일이 확 몰린게 문제일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자전거 출퇴근길이 워낙 길어서 (왕복 47km),

아직 올라오지 않은 내 체력에 무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운동은 절대 무시할수 없지.

오늘도 자전거 출근이닷!!! 이라고 할랬더니. 이런.. 비가온다.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

어찌어찌 주어진 일을 마치고 12시 정도에 아내가 챙겨준 약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모레 강의를 바꿔달라고 해 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교육담당자일때 주말 저녁에 전화가 와서 "강사 바꿔달라"는 요청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들까? 생각해 보니.

이건 안되는 거다 싶더라.

그리고 이걸 또 언제까지 미뤄. .. 당분간 강의도 계속 차 있는데;;

그렇게 잠을 청해본다.

역시나 기침 때문에 딥슬립은 글렀다..

새벽 네시, 잠이 깬다. 이럴때는 좀 더 자도 좋으련만,

수년간 해온 루틴 덕분(?)에 네시면 눈이 떠진다.

수면시간이 중요해서, 요즘엔 네시에 일어나도 일부러 좀 더 자기도 하는데,

오늘은 얼굴에 열이 나서 더 누워있을수가 없다.

체온계로 재 보니 38.7도.. 이런, 검색해 보니 39도가 넘으면 응급실이라도 가야 한다는데..

우선 당장 오늘이 급하다.

오늘 강의해야 할 교안 리허설에 들어간다.

책상 위를 보니, 아내가 마스크와 약을 챙겨뒀다.

아, 회사가서 쓰라는 거구나.

리허설을 하는데, 머리가 어지럽다. 딴생각이 들거나 정리가 안되면 머리를 흔드는 습관이 있는데,

한번 흔들었더니 죽겠다...

그래도 어쩌겠어 .. 해야지 뭐.

 

 

 

인생 독고다이?

이내 깬 아내가 좀 괜찮냐고 물어온다.

38.7도라고, 머리가 어지럽다고, 온몸이 망치로 맞은것 처럼 욱씬하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어제 병원을 갔어 했구나" 라고 읊조린다.

아내는 참 대화를 잘한다. 이럴때도 나를 질책하는게 아니고 걱정하는게 느껴진다.

아내가 이것저것 내온다. 약도 하나 더 챙겨준다.

그 상태로 출근하는 나에게 안스러운 미소를 지어준다.

문득.. '아. 회사 다녔으면 오늘 어떻게든 휴가를 냈을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든다.

대기업이니까. 무슨일이 생겨도 어떻게든 수습이 되니까 말이다

뭐 어쩌겠어 .. 현재는 그게 아니니까, 얼른 잊자

회사에 도착했다. 여전히 머리가 지끈하다.

아내가 챙겨준 약을 먹었더니 잠깐 몸에 땀이 난다.

아싸! 땀이 난다는건 열이 내려간다는 증거다.

몸이 좋지 않아, 에어컨도 켜지 않고 있는데, 과정 담당자가 왔다.

오늘 강의 시간과 방법을 이야기 해 주려 온것 같았다.

"피델! 안더우세요?..응? 얼굴이 너무 안좋은데? 편찮으세요?"

"아. 몸 상태가 너무 안좋긴 하네요. 몸살에 감기인거 같아요.

그래도 강의는 해야 하니까 어제 저녁부터 말 안하려고 엄청 노력했습니다."

"아. 어째요. ... "

담당자도 뭔가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당장 20분 후 강의 시작인데, 뭘 어쩔 수 있으랴.

잠깐 물로 얼굴이라도 적시려고 화장실을 향하다가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이사님을 만났다

"몸이 너무 안좋으시다면서요."

"네..."

알고보니, 담당자한테 내 상태 이야기를 듣고 피로회복제와 영양제를 사러 가신거였다.

아침에 먹은 약만 해도 꽤 배부른 상태가 될 정도랄까.

갑자기 마음이 미안해지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는 참,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지도 행동하지도 못하는데, 이렇게들 챙겨주시다니.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몸 상태에 ...강의 중간에 주변 병원을 검색해 봤다.

역시나 1시부터 2시가 점심시간이다. 우리 강의도 그런데.. 에휴.

못갈라나.. 생각하다가, 안되겠다. 싶다. 오후에도 이럴 수는 없다.

시간이 12시 49분, 전화를 걸었다.

"지금 가도 진료를 받을 수 있나요?"

"아.. 네?.. 아.. 오세요 얼른 오세요 50분이 마감이에요"

찍어보니 걸어가는 시간만 5분이다.

몸 상태가 도저히 뛸수는 없는 상태,

몇번을 포기할까 하다가, 출발했는데 일단 가보자, 생각으로 간다.

병원 앞을 쓱 지나간다. 아직 하고 계신듯 하다.

나를 먼저 알아본 간호사님이

" 전화하신 그분 아니에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근데 왜 옆으로 지나가셨어요."

"아. 혹시 끝났는데 저때문에 마음불편하실까봐요"

"아니에요 전화까지 주셨는데, 아픈분을 어떻게 외면해요"

 

아. 이렇게 독고다이가 될 수는 없구나.

이렇게 서로 위해주고, 위함받고.

더불어 사는거구나.

 

 

오늘 하루,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아내의 따뜻한 시선과 약,

우리 담당자의 걱정하는 표정

듣자마자 약 사러 출발하는 이사님.

점심시간임에도 환자 한명을 기다린 병원.

인생 독고다이.. 아니다.

아. 그렇다.

나. 기버가 되기로 했다 참.

받은것 보다 더 돌려줘야 하는데.

생각하지 않고 베풀어야 하는데

어제 하루 일로 이제 인생을 조금은 더 따뜻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이 40대 후반에도, 이렇게 인생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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